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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소금이 뭔 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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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소금이 뭔 죄야


2014.10.09 21:32


최근에 흥미로운 뉴스 몇 개가 있었다. 소금에 관한 것이었다. 국정감사에서 아기들 분유에 소금 함유량이 높다는 지적이 나와 분유업계는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분유에 소금이 들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아기들도 맛에 대해 반응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음식은 약간의 소금을 넣느냐 마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음식을 요리한다’를 다른 말로 하면 ‘간을 본다’이다. 모든 복잡한 요리 기술에 대응하는 한 낱말이 ‘간’일 만큼 소금은 최고 중요한 양념이다. 된장 간, 간장 간, 고추장 간 같은 여러 가지 맛내기 간도 결국은 소금으로 한다는 뜻일 뿐이다.


분유에 나트륨이 기준치가 초과했다면, 정해놓은 법률을 어긴 것이다. 그러나 아기들도 소금을 먹어야 하고 그것이 맛의 기준이 된다는 중요한 의미 하나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잇달아 국내 시판 라면의 나트륨 함량도 문제가 됐다. 여전히 너무 짜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나는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짜야 맛있다는 건 선입견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여론의 뭇매를 맞아가면서도 왜 라면 업계에서는 나트륨을 대폭 줄이는 것을 결정하지 못하는가.


짠 것은 맛있다와 등식을 이룬다. 라면이 짜다고 하면서, 정작 라면에 김치와 단무지 같은 아주 짠 반찬을 곁들이는 것에 대한 우려는 들어본 바가 없다. 실제로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서 국수류를 먹어보면 대부분 한국보다 더 짜다. 건강에 좋은 음식만 먹을 것 같은 프랑스, 이탈리아의 요리를 처음 먹는 한국인들은 그 짠맛에 엄청나게 놀란다. 이탈리아의 요리 선생이 내가 만든 요리를 먹고 처음 한 평가가 “싱겁네”였다. 맛있다, 맛없다의 기준은 결국 소금이고, 그 선생은 그 핵심을 짚어 말한 것이었다. 그 선생의 별명은 ‘만카 살레(소금이 부족해)’였다. 한국인은 짜게 먹는다고 생각한 나의 선입견이 무너졌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중요한 원인은 반찬이다. 한국인은 국과 찌개 반찬의 가짓수가 많고, 대개 짜더라도 짠맛을 인지하지 못한다. 뜨겁게 끓여 먹고 발효시킨 음식이 많아 간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식도 문제다. 아무리 싱겁게 먹어도 과식하고 반찬을 많이 먹으면 소금의 총 섭취량은 올라간다. 이렇게 어떤 사안에는 뒤집어보면 다른 중요한 열쇠가 숨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소금은 조금 억울한 존재다. 이른바 양념 하면 당연히 소금이다. 그런데도 걸핏하면 모든 악의 근원인 양 치부된다. 인류의 요리 기술 발전은 소금으로부터 시작됐다. 우리의 고유한 음식문화의 상징처럼 떠받드는 장과 절인 채소, 즉 김치란 결국 소금에서 말미암은 것이 아닌가. 우리가 분유나 라면보다 실은 이런 장과 김치류에서 나트륨을 더 많이 먹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여담인데, 시중에 지중해 요리법이니 건강법이니 하는 화두가 돌고 있다. 지중해 노인들이 장수하는 것은 올리브유와 와인, 생선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데 착안한 건강법이다. 그런데 지중해 사람들이 얼마나 짜게 먹는지는 거론하지 않는다. 왜 짜게 먹는데도 장수하는 것일까.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다.



<박찬일 |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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