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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장수 이야기

정월 대보름 날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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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억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정월 대보름날의 기억은 참으로 기이했었는데~~~ ^^

아마도 제가 직접 쥐불놀이 했던 기억이 없으니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었을때 같어요.


그날은 찰지고 맛있는 찹쌀 밥을 먹는 날이라는 기억이 나네요.

붉으작작하고 짭쪼름한 밥이 그냥 집어 먹어도 참 맛있었었지요.

엄마는 평상시와는 달리 그날 만은 유독히 밥 양도 많이 하셨던거 같어요.


어느 해 대보름날 저녁 엄마따라 동네 앞으로 나갔더니만 누군줄도 모르겠는 어른들이 많이 모여 있었지요.

다들 서로 농담을 건네며 웃고 하는 모습들이 동네 사람들 같긴 한데,

복장이 하도 이상하고, 얼굴에 무언가를 두르고 계시고, 그렇다고 달빛 외엔 가로등도 없었으니까요.


얼굴에 가면을 쓴 사람(달력이나 밀가루 포대 종이에 그림을 그려서 만듬).

얼굴을 못 알아보게 스카프를 푹 눌고 쓰고 마스크까지 한 사람.

화장을 오버 스럽도록 찐하게 한 사람.


위에는 하얀 저고리를 입고 아랜 몸빼 바지를 입은 사람.

아래 바지만 속 고쟁이를 입은 사람.

여자 한복을 입고 여장을 한 사람.


그렇게 이상한 복장을 하고 옆구리엔 채(구멍이 많은 것...귀신이 구멍을 세다세다 다 못 세고 날이 밝아 버렸다는 그것 / 그것이 '채' 맞나요?  우리 시골에선 '치'라고 하는데 검색해도 못 찾겄어요.)를 끼고 패를 나눠 우르르 길을 나섭니다.

각각 남의 집으로 밥을 얻으러 가는 것이지요.


'도대체 어디다가 밥을 얻어 온다는 것인가?' 의아해 했었는데, ㅋㅋ

옆구리에 끼고 가는 채에 밥을 얻어 온다고 하드라구요.

왜?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날 그 자리에 계셨던 울 엄니한테 여쭤 봤드니만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전해 내려오는 풍습이었다고 하시네요. ^^


그날 자정이 넘어 가도록 동네는 시끌벅쩍하고, 이집 저집에서 얻어온 밥을 둘러앉아 먹기도 했지요.

저도 그 밥을 먹어봤던 기억이 있어요.


그랬던 동네가 이제는 대보름이고 명절이어도 쥐죽은 듯이 조용하고...

그날 그렇게 이상한 복장을 하고 같이 밥을 얻으러 다니셨던 어르신들도 지금은 백발이 성성해 지셨고,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그렇네요.

옛날이 그리워요.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부터는 정월 대보름이 언제다~라는 말을 들으면 학교 다녀와서 온 동네를 헤집고 깡통을 주으러 다니곤 했었지요.

좀 있는 집은 애기 분유통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없는 집 아이들은 산밑이나 들로 깡통을 주으러 다녔답니다.

그나마 하나라도 주우면 그날은 모든걸 다 얻기라도 한냥 좋았던 기억도 나네요.


깡통을 주워와 작업을 해야죠.

깡통안에 나무가 잘 탈 수 있도록 산소를 잘 공급해 주기위해 깡통에 구멍을 뚫러 줘야지요.

그것도 쉬운일이 아니었어요.

못을 대고 망치질을 하는데 그 깡통이 가만히 있을리가 있나요?

찌글찌글 해 져 버리죠.


몇해를 그렇게 망치고 나서야 알게 된 방법이 있었는데,

깡통에 흙을 꽉꽉 채운후에 못을 박으면 깡통이 찌그러지지 않는 다는 사실이었죠~ ㅎ


그렇게 구멍을 뚫고, 장작에 불을 잘 피워 돌리는데 이것만으론 불이 커지지가 않아서 어떤 애들은 권로(아시죠?^^)에서 석유를 몰래 빼와서 살짝 붓곤 하드라구요.

우리집은 권로가 없었는데...

그리고 마지막에 다 타버리고 불씨만 남아 있는 깡통을 멀리 휙~~~~ 던지면, 불씨가 공중에서 떨어지는데 지금의 불꽃놀이 보다도 더 멋졌든거 같아요 ㅎ


그리고 정월 대보름이면 부모님들로 부터 불조심에 대한 단속을 단단히 받죠.

하지만 그래도 매번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곳에 짚단을 쌓아 놓은 곳들에선 불이 나곤 했었지요.

좀 더 큰 후엔 다른 동네 아그들이 일부러 불을 지르고 도망을 가기도 하는 그런 일들도 있었어요.

아~~~~ 그 때가 생각나네요.

이 소금장수는 워낙에 부잡하게 자랐었거든요~~~~ ^______________^;;

울 셋째 여동생네는 참 멋지게 사는거 같아요.

이번에도 직접 시아버지께서 아이들 깡통에 구멍을 뚫어 주시고, 손잡이도 달아서 같이 쥐불놀이를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사진 좀 얻어 와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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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돈 어르신께서 손수 쥐불놀이 할수 있도록 깡통을 만들어 주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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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작에 불을 제대로 붙여서 깡통에 넣어야 연기를 덜 내고 잘 타겠죠?

조카가 둘이니 불도 두개를 지피고 계시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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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이 집도 깡통에 구멍 낼때 그냥 뚫렀군요.

찌그러진것이~~~ ㅎㅎ

깡통에 뚫린 구멍 사이로 불씨가 보이시죠?

아~~~옛날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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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 조카애가 돌리네요.

위에서 불씨가 쏟아지지나 않을까 겁내하는거 같죠? ㅎㅎ

폼이 영~~~~~안나오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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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녀석도~~ㅎㅎ

ㅋㅋ 저렇게 돌리는거 아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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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되겄든지 제부가 시범을 보여주고 있네요.

왜 아빠가 돌릴때는 저렇게 불이 활활~ 잘 탈까? ㅎ

신기 하겠죠?


이웃님들 더위를 사 줄 맘이 많이 있었는디...

으째 아무도 더위를 팔지 않으시드라구요~ ㅎㅎ


저는 울 성현이한테 팔았어요~~

못된 엄마~~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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