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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장수 이야기

진실 혹은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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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문 밖에서 노크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다.
노크 소리인지 지나가다 문을 살짝 건드렸는지도 모를 정도로 아주 작게...
 
그리곤 곧 문고리 돌아가는 소리가 나고 문이 스르륵 열렸다.
컴터앞에 앉았다가 고개를 휙~ 돌려보니 한 아주머니가 어깨엔 가방을 하나 메고, 또 손에 손가방을 하나들고...아무런 표정도 없이 문 앞에 그렇게 서 계신게 아닌가...
 
 
너무 순식간이라 깜짝 놀라서 얼른 "무슨 일이세요?" 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줌마가 서서히 입을 떼시면서 말을 이으신다.
"저희 애가...백혈병이 걸려서 돈이 필요해서 이렇게 나왔는데요...도와주시면 절대로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그냥 돈을 달라는건 아니구요.  여기있는 이 물건을 사 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물건의 종류는 많이 있거든요."
 
더이상 미동도 없이...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표정도 전혀 변화가 없고, 말도 아주 차분하게 막힘없이 주절주절 잘 하는것도 아닌...약간은 어눌한 말씨로 계속 말을 잇는다.
 
"물건은 많이 있거든요.  도와주시면 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난 한동안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행동도 못하고 그냥 컴터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뭐야~!  잡상인 이잖아~'
'진짜 잡상인이나?'
'무어라고 말을 해야 할까?'
'저 아줌마가 지금 진실을 얘기하고 있는 것일까?'
'진짜 애가 아픈건가?'
'에이...저런 사람들 다 똑같지 뭐...'
'이제 별의 별 거짓말로 다 물건을 사 달라고 하네...'
'근데 저 아줌마 말이 너무 차분한데...'
'사실이라면 어쩌지?'
'아니지...저것도 연기 일거야...'
'진짜인것도 같은데...그냥 만원정도 줘 버려?'
'그러다 사실이 아니라면 기분나빠서 안돼...'
'진짠가?'
'어쩐담...'
 
 
그러는 사이에도 아줌마는 계속해서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그 자리에 서 계셨다.
"물건은 많이 있거든요.  도와 주시면 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너무 침묵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무어라고 한마디 정도는 해야 할거 같았다.
"아줌마, 죄송해요.  요즘 그렇게 찾아오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요."
아무래도 일단 그렇게 첫마디를 해야 할거 같다고나 해야할까?
그렇게 서로 세번정도를 주고 받았을까?
그 아줌마가 살며시 문을 닫고 돌아서 가셨다.
 
아무래도 맘이 편치가 않다.
다른 분들하고 달리 문 안으로 더 이상 들어오지도 않으시고, 횡설수설 하지도 않으시는 그 아주머니의 얘기들이 아무래도 진실인것만 같다는 생각쪽으로 내 감정이 계속 기운것이다.
 
'어쩌지?'
'진짜일까?'
'아줌마 얼굴을 보니 정말로 핏기도 하나도 없던데...'
'표정도 없는 것이 아무래도 많이 지쳐 계시는거 같던데...'
'아이가 아프다면 아픈아이를 놔두고 저렇게 나올 수 있을까?'
'오죽 절박해서 나왔을까...'
'아닐거야...진짜 백혈병이라면...그렇게 많이 아프다면...진짜 돈 될만한 곳에 도움이라도 청해야지...이렇게 물건 팔러 돌아다녀서 언제 그 돈을 다 모으겠어~'
라는 생각까지 하면서...아줌마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귀울여 봤지만 복도는 너무 조용했다.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기까지 얼마나 흘렀을까?
길면 5분? 3분?
'나가보자...아줌마가 어디쯤에 계시는지 함 찾아보자'라는 생각에 이르러 문을 열고, 2층으로, 1층으로...나가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아줌마의 흔적은 찾아 볼수가 없었다.
 
'에이~ 좀만 일찍 나와 볼걸...'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나 다른 곳의 문을 열고 나오지 않을까...'하고 계속 두리번 거렸지만 보이질 않았다.
 
"이렇게 빨리 사라져 버린다고?'
'혹시 진짜 가짜 아니야?'
'차 타고 와서 차 타고 가 버린거 아닌가?'
'아니...아이가 백혈병이면 차를 타고 다니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나?  타고 오셨을 수도 있지...'
 
아무튼 혼자 중얼중얼 별의 별 생각을 하면서 터덜터덜 들어왔다.
 
근데 지금까지도 맘이 편치가 않다.
그렇다는건 그 아줌마의 얘기가 진실이라고 믿는 내 맘속의 외침 때문일 것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와 버렸나.
세상에 나뿐 사람들이 많다보니 착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구나...그 아줌마가 진짜라면...
 
'에이~~~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낫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냥...
 
상대방이 하는 얘기를 곧이 곧대로 믿어줄수 없는 세상.
참 서글픈 세상이다.
 
모두가 진실로 웃고, 울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당분간은 내내 맘이 편치 않을거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위 사진은 목포 갓바위에서 해가 넘어가는 문화예술회관쪽 바다를 찍은 겁니다.

문화예술회관 맞은편 옆으론 대불부두가 있고, 현대삼호중공업이 있어서 큰 배들이 보이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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